분양사업자가 건축물분양법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계약서에 해제조항이 있다면 위반의 경중과 관계없이 수분양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계약서 문언이 명확한 이상 법원이 임의로 '중대한 위반'이라는 조건을 추가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분양계약을 체결한 수분양자와 분양사업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판결입니다.
A씨는 2022년 초 신탁회사로부터 약 13억 6천만 원짜리 오피스텔을 분양받았습니다.
분양계약서에는 "매도인의 귀책사유로 인해 매도인이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법을 위반한 사업자에게 이를 바로잡도록 행정청이 내리는 명령)을 받은 경우,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이후 신탁회사는 분양 광고에 내진성능 확보 여부, 용도지역 등 법령상 필수 기재사항을 누락하였다는 이유로 관할 구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고, A씨는 이를 근거로 계약 해제를 통보하며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의 반환을 요구하였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신탁회사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계약을 해제하려면 단순히 시정명령을 받은 것으로는 부족하고, 위반이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대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광고 문구 누락 정도는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본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었습니다.
계약서에 명확하게 적힌 해제 요건에 법원이 임의로 조건을 추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 이유였습니다.
민법상 법정해제권(채무불이행이 있을 때 법이 당연히 인정하는 해제권)을 행사하려면 원칙적으로 상대방에게 이행을 최고하고, 위반이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대해야 한다는 요건이 요구됩니다. 원심은 이 해제조항을 그러한 법정해제권을 단순히 재확인한 조항으로 보았기 때문에, 위반의 중대성을 별도로 따진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해제조항이 법정해제권과는 별개로 계약 당사자들이 직접 약정한 해제 사유, 즉 약정해제권이라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계약서처럼 중요한 문서(처분문서)는 문언이 명확한 이상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였습니다.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해제할 수 있다"고 분명하게 적혀 있는데, 법원이 "위반이 중대해야 한다"는 조건을 덧붙이는 것은 계약서를 문언과 다르게 해석하는 것입니다.
특히 그 해석이 당사자의 권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문언을 더욱 엄격하게 따라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분양사업자가 건축물분양법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받았다면, 그 위반이 광고 문구 누락처럼 사소해 보이더라도 계약서에 해제조항이 있는 이상 계약을 해제하고 납부한 계약금·중도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분양계약 체결 후 사업자의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된다면, 계약서의 해제조항을 우선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분양 광고의 법정 기재사항(내진성능, 용도지역 등) 누락처럼 실무상 간과하기 쉬운 사항도 시정명령으로 이어지면 계약 해제 사유가 됩니다.
분양 광고와 계약 이행 전 과정에서 건축물분양법 준수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고, 해제 요건에 제한을 두고 싶다면 계약서에 "중대한 위반으로 인한 시정명령에 한한다"는 단서를 명시적으로 기재하여야 합니다.
"산업의 실무와 법원의 시각, 그 접점에서 최적의 해법을 찾습니다."
삼성전자 기술기획팀에서의 실무 경험과 각급 법원 재판연구원 경험을 바탕으로, 복잡한 비즈니스 분쟁에서 날카로운 통찰력을 발휘합니다.